류석춘 ‘위안부 매춘발언’ 1심서 무죄 …정의연 “반사회적 판결”

입력 2024-01-24 18:03
대학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강의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고 발언한 것을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가 일본군의 강제동원을 증언하도록 위안부를 교육했다는 류 전 교수의 주장은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24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 전 교수에 대해 “해당 발언은 통념에 어긋나고 비유도 부적절하다”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이라는) 해당 발언이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대학에서 학문의 자유와 교수(敎授·가르침)의 자유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비춰보면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이어야 한다”며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관행과 질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함부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류 전 교수는 2019년 9월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된 것”이라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듬해 7월 연세대는 류 전 교수에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는 한 달 뒤 정년퇴임했다.

재판부는 류 전 교수의 ‘매춘의 일종’ 발언은 피해자들이 매춘에 종사하려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기보다 일종의 ‘취업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류 전 교수의 발언이 위안부 개개인을 특정한 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전체에 관한 추상적 표현에 해당하고, 대학 강의의 일환으로 이뤄진 토론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밝힌 견해나 평가로 볼 여지가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재판부는 정대협의 핵심 간부가 통합진보당의 핵심 간부이고, 정대협이 북한과 연계돼 이적행위를 하고 있다는 류 전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도 정대협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류 전 교수가 이를 허위라고 인식한 상태에서 한 발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만 재판부는 류 전 교수가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사실 적시로 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류 전 교수는 선고 후 취재진을 만나 “제일 중요한 것은 위안부가 매춘을 했다는 발언이 무죄가 나왔다는 것”이라며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 부분에 대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본 정부와 극우 역사부정 세력들의 공격 속에 또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반인권적 판결”이라며 검찰의 항소를 요구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