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등록 경로당’ 전국 1600개…난방비 긴급 지원한다

입력 2024-01-24 18:00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한 주민이 연탄불을 갈고 있는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국민일보 DB

정부가 난방비 지원 방침을 밝힌 ‘미등록 경로당’이 전국에 총 1600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노인 4명 이상의 상시적인 활동’ 등을 기준으로 집계한 미등록 경로당에 올겨울 난방비를 긴급 지원할 방침이지만, 인정 요건 등이 지나치게 허술해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서울 9개 등 전국에 1600개의 미등록 경로당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미등록 경로당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미등록 경로당은 경로당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시설요건 등 일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경로당으로 신고‧등록되지 못한 곳이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65세 이상 회원 20명 이상이 등록한 곳 등만 경로당으로 인정하고 있어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윤 대통령 지시 이후 약 일주일간 전수조사를 벌였다. 선별 기준은 크게 3개였다. 우선 대외적으로 경로당을 표방하면서 현판이 있는 곳을 추리고, 이어 화장실과 공동 활동 가능한 거실 등이 있는 곳을 추렸다. 다시 이 중에 회원 명부가 있고, 최소 4명 이상의 65세 이상 노인이 상시 활동하는 곳을 미등록 경로당으로 최종 분류했다. 정부는 기존 경로당 냉·난방비 예산 800억원 내에서 미등록 경로당에 겨울철 난방비를 실비 보전 형태로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노인협회 내에서도 미등록 경로당 선별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컨테이너에 모여 우리도 경로당이니 도와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한 노인이 연탄재 앞에서 볕을 쬐며 몸을 움츠린 채 집 앞에 앉아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국민일보 DB

전문가들도 총선을 앞두고 정책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등록 경로당 지원은 이중 복지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원칙을 세워서 차분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6만8000개에 달하는 등록 경로당부터 제대로 관리하고 나서 미등록 경로당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