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넘은 할머니 박사가 강조한건 ‘용서와 겸손’이었다. 한국교회 회복과 통일을 위해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숙(93) 박사는 지난해 성공회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국내 최고령 박사 타이틀을 얻었다. 이 박사는 2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경호 주교)에서 진행된 저서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출판기념 감사예배와 북 콘서트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이날 국민일보와 만난 이 박사는 “주변에서 제 석·박사 논문을 읽은 지인들이 흥미롭다며 책으로 내라고 응원해 주셨는데 여기에 힘입어 책을 쓰게 됐다”며 “이 책의 핵심은 누가복음 23장 34절인데 바로 예수께서 ‘저들을 사하여 달라’고 기도하는 대목이다. 집필하는 동안 나부터 눈물의 회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필 도중 ‘저들이 자기들이 하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하고 있는 일을 모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며 “나부터 긍휼히 여김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에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는 ‘통일 선교 어머니’로 불릴 정도로 대북 선교 단체에 물심양면 많은 지원을 한 주인공이다. 동시에 한반도 통일은 그의 마지막 소원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를 몸소 겪은 그는 최근 불안한 한반도 정세에 관해 묻는 질문에 성경 구절을 인용해 답했다. 그의 입에서 누가복음 11장 17절 말씀이 흘러나왔다. “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르시되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하여지며 스스로 분쟁하는 집은 무너지느니라.”
교회 신뢰도가 하락하는 게 큰 고민이라고도 했다. 이 박사는 “기독교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은 염려되는 부분이지만 한국교회가 다시 낮은 자리로 내려가 겸손한 자세를 회복한다면 다시 희망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겸손해지겠다”며 미소지었다.
이 박사는 여성경제인협회장, 숙명여대 총동문회장,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부회장,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상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저서의 모든 수익금을 후배양성을 위해 성공회대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