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타거나 습기로 훼손돼 폐기한 손상화폐가 3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환수된 화폐 중 훼손·오염 등으로 통용이 불가능한 화폐 4억8385만장을 폐기 처리했다고 24일 밝혔다. 액수로는 3조8803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4억1268만장·2조6414억원) 대비 7117만장 증가한 수치다. 한은은 코로나19 진정세 이후 대면 상거래 회복에 따른 화폐 환수 경로 정상화와 5만원권 유통 수명 도래에 따른 손상권 증가 등 영향으로 환수 금액이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화폐 종류별로는 지폐 4억2732만장(액면가 3조8724억원), 동전 5653만장(79억원) 폐기됐다.
폐기된 화폐를 낱장으로 늘어놓으면 총길이가 6만2872㎞로, 경부고속도로(415㎞)를 약 76회 왕복하는 거리다. 이를 위로 쌓으면 총 높이 14만159m로 에베레스트산(8849m)의 16배, 롯데월드타워(555m)의 253배에 달한다.
한은은 손상된 지폐의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의 전액으로,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으로 교환해 준다. 동전은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 판결이 어려울 경우 교환해 주지 않는다.
한은이 공개한 주요 손상화폐 교환 사례를 보면, 서울에 사는 이모씨의 경우 자택 화재로 불탄 은행권 1910만원을 교환했고, 광주에 사는 정모씨는 연못에서 건져낸 339만원어치 동전을 교환했다.
한은은 “화폐를 깨끗이 사용하면 매년 화폐 제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돈 깨끗이 쓰기’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