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200차례 가까이 찔러 살해한 20대가 1심에서 징역 17년을 받았다. 선고 결과에 격분한 유족은 숨진 딸의 생전 모습까지 공개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피해자 A씨의 유족은 지난 22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숨진 딸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피고인 B씨(28)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B씨는 지난해 7월 24일 낮 12시59분쯤 강원도 영월군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 중이던 2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190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범행 직후 흉기로 자해한 뒤 112에 범행 사실을 직접 신고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11일 B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직접 경찰 신고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은 범행 동기에 대해 층간 소음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던 도중 A씨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결에 대해 유족은 방송에서 “첫 프로파일링(수사 면담) 과정에서 B씨는 회사에서 잠깐 쉬는 동안에 피해자에게 오라는 전화를 받자 ‘오늘은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며 “그러고는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제 와서 마지막 진술에선 피해자가 자신에게 모욕적인 말을 해서 격분해서 그랬다고 한다”며 “왜 살해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은 또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지급한 유족 위로금으로 인해 B씨가 감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모든 구상권은 국가로 한다. 가해자와는 개인 합의를 보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4200만원을 받았다”며 “그런데 이 위로금이 구조금으로 바뀌면서 국가가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며 합의금 명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B씨의 형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한 상태다. 1심에서 검찰은 징역 25년을 구형했었다. B씨도 이에 맞서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이번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받게 됐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