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기부왕’ 회사의 몰락…전직원 130명 해고 통보

입력 2024-01-24 14:01
경남 김해 진영읍 삼영산업 공장 전경. 자료=삼영산업 홈페이지

고(故)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타일 제조업체 삼영산업이 종업원 130명 모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24일 삼영산업 등에 따르면 경남 김해시 진영읍 하계로에 본사와 공장을 둔 삼영산업이 지난 15일 자로 전 직원 130명에 대해 해고 통보를 했다.

해고 사유는 경영 악화가 주원인이다. 삼영산업은 현재 누적 부채가 16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경영 악화로 지난달부터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삼영산업은 전반적인 건설경기 악화로 건축용 자재인 타일 판매에 애로를 겪은 데다 원자재, 가스비 인상 등이 이어지면서 경영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직원들은 한 달 넘게 휴업을 하면서 고통을 분담했지만, 끝내 해고 통보를 받았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과 김해시는 회사 직원들의 체불임금 상황과 퇴직금 관련 대책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삼영산업은 1972년 9월 이종환 회장이 삼영요업으로 설립해 운영해 왔으나 최근 4년간 영업손실이 커졌다.

이 회장은 회사 경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2002년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기부를 계속해 왔다. 이 회장은 재단 설립 이후 1조7000억원을 쾌척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생전 “돈을 움켜쥐고 있자니 걱정만 커졌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는 일도 많았다”며 “그러다가 기부를 결정하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모른다. 장학재단을 세우고 다져가면서 사업하면서 받은 상처가 아물어갔다”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이런 기부는 삼영산업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됐다. 특히 지난해 9월 이 회장이 별세하고 그의 자녀들조차 회사가 경영 위기에 몰리자 지분 상속을 포기했다.

서무현 삼영산업 노조위원장은 “그나마 임금 체불은 없지만 당장에 심각한 것은 직원들의 퇴직금 32억원은 사측에서 지급 여력이 없다고 한다”며 “대부분 평생직장으로 일해 온 노동자들이 많은데 재취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기문 삼영산업 대표는 “이달 말까지 외상매출금 등을 최대한 회수해 퇴직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측에서는 필수 근무 인력만 출근한 채 대책 강구에 부심하고 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