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한 돈 돌려달라” 소송 낸 보이스피싱 환전책…‘패소’

입력 2024-01-24 10:44
국민일보DB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환전책이 체포될 당시 경찰이 압수해 간 3600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인천지법 민사3단독 강주혜 판사는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A씨(49)가 국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강 판사는 손해배상금 3600만원을 요구한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10월 일면식 없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사기 범행에 가담했다. 그는 ‘중간 전달책’이 피해자에게 가로챈 돈을 건네주면 이를 환전상에게 전달하는 환전책 역할을 맡았다. 피해금은 환전상을 통해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4개월 동안 환전책 역할을 하면서 1500만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22년 3월 10일 중간 전달책한테서 넘겨받은 피해금 1500만원을 보관하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이 돈을 포함해 A씨가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던 현금 3600만원을 압수했다.

이후 A씨는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는 석방 후 7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경찰에 압수된 현금 3600만원을 돌려 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

A씨 측 변호인은 “수사단계에서 압수된 물품은 재판에서 몰수 선고가 없으면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가는 압수물을 (애초) 소지자에게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보관 현금을 압수한 뒤 국고로 귀속한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A씨는 압수 당시 ‘(피해자 돈 1500만원과) 같은 방식으로 여러 사람한테서 받은 돈’이라고 했고, 검찰 조사에서도 ‘중간 전달책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당시 압수물 기록에 제출자와 소유자가 A씨로 표기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A씨 진술을 토대로 살펴보면 (1500만원 외) 나머지 돈도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금이어서 장물로 판단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수물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A씨가 아닌 피해자에게 환부돼야 한다”며 “압수물 인도를 청구할 권리는 명백하게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갖는다”고 덧붙였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