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 스트레스나 우울 증상 경험이 30대 여성에게서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미취학 아동에 대한 돌봄 부담 등이 기혼 여성들에게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4일 공개한 ‘코로나 발생 후 젠더적 관점의 여성 정신건강 현황과 정책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 2020~2021년 자살 충동을 경험한 30대 여성의 비율이 30대 남성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남성 500명과 여성 700명 등 총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유행 시기(2020∼2021년)에 ‘자살 충동’을 경험한 30대 여성의 비율은 32.4%로 집계됐다. 남녀를 통틀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30대 남성이 느낀 자살 충동 경험은 여성의 절반 수준인 17.9%로 집계됐다.
전체 연령대로 확대해보면 남성(18.2%)과 여성(18.7%)의 자살 충동 비율은 비슷하다. 하지만 유독 30대에서 남성과 여성의 자살 충동 비율 격차가 2배 가까이 크게 벌어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여성은 30대(32.4%), 20대(23.5%), 40대(21.6%), 50대(14.7%), 60대(11.5%) 순이었고, 남성은 20대(31.0%), 40대(19.1%), 30대(17.9%), 50대(15.8%), 60대(11.9%) 등이었다.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음을 의미하는 ‘우울감 경험률’에서도 30대 여성은 전 계층에서 가장 높은 65.7%로 집계됐다. 반면 30대 남성은 전 계층에서 가장 낮은 35.9%를 기록했다. 이 역시도 30대 여성이 30대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당시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22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했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것(중복 응답)은 남녀 모두 ‘경제적 변화’(남성 48.4%·여성 56.5%)였다.
하지만 주민센터나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 지원사업의 존재를 인지한 664명 가운데 이를 이용한 남성과 여성은 각각 17.9%, 16.1%에 불과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이용 비율은 9.1%, 6.9%에 그치는 등 10%도 되지 않았다.
여성의 경우 ‘주변 시선이 부담돼서’(20.1%) 정부 운영 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연구진은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워 정부의 정신건강지원센터의 지원받지 않는다는 여성이 남성보다 상당히 많았다”며 “여성이 사회적 낙인을 걱정하지 않는 수준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