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갈등 봉합엔 ‘일단’ 성공…‘금 간 신뢰’ 회복은 미지수

입력 2024-01-23 19:10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의 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갈등 봉합’을 시도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친윤(친윤석열)계도 확전을 경계했다. 그러나 검사 선후배 사이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에 금이 간 신뢰가 완벽히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국민의힘 의원과 핵심 관계자들은 진화에 주력했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마 세 분(한동훈·윤재옥·이관섭)이 만나서 대화하는 과정에 우려를 전달하고 그 우려를 전달받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 오해는 금방 풀리고 국민과 당원을 생각하면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되고 또 봉합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 위원장이 사퇴하는 것은 공멸 아닌가’라는 질문에 “너무 나간 이야기”라며 “마치 사퇴가 전제된 것처럼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그 단계까지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정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고 본다”며 “총선 앞에서 당정이 분열하고 대통령과 비대위원장이 껄끄러운 사이가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지난 2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대화방에 올리는 등 갈등 확산에 일조했던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맡았던 친윤계 이용 의원은 이날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당초 이 의원은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했던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한 위원장을 겨냥해 경고 메시지를 던질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추가 갈등을 막고 확전을 자제하자는 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취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사과 불가론’을 띄웠던 강경파 친윤계 의원들도 묵묵부답을 이어갔다. 한 친윤계 의원은 “친윤계 내부에 ‘사태를 더 이상 키우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뇌관은 김 비대위원의 사퇴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이철규 의원은 “특히 어떤 분은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하는 프랑스 혁명 시대의 왕비에다 비유하면서 마녀사냥 하듯이 하는 모습은 자제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김 비대위원 문제만큼은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는 생각이 친윤계 내부에서 퍼져 있다”고 말했다.

봉합은 됐지만, 한 위원장의 국민의힘 장악력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친윤계가 한 위원장 압박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생채기가 났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본격적인 공천 국면에 들어서면 당정 갈등이 재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정우진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