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서천 화재현장 점검하며 갈등 ‘조기 봉합’…韓 “尹에 깊은 존중과 신뢰”

입력 2024-01-23 17:44 수정 2024-01-23 17:46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의 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피해상황을 함께 점검했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발생한 초유의 당정 충돌 사태 이틀 만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화재 현장을 찾을 때 따로 이동했지만 상경할 때에는 대통령 전용열차 같은 칸에 탑승해 대화를 나눴다.

한 위원장은 서울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갈등의 조기 봉합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사과 여부 문제와 김 여사의 사과를 촉구했던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이 재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 충남 서천군 서천읍의 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눴다.

오후 1시쯤 현장에 도착해 대기하던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허리를 90도에 가깝게 깊이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며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은 가볍게 끌어안기도 했다. 이후 권혁민 충남 소방본부장으로부터 피해 상황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김태흠 충남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함께 걸으며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상인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재난지역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수산물특화시장 만남이 사전에 조율된 결과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2일 밤 화재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명절이 얼마 안 남았는데, 제수용품 들여놓은 것이 다 타버렸겠다”고 말했고, 23일 새벽 참모들에게 “내가 가봐야겠다”며 방문 준비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천 화재 현장을 따로 갈 경우 이상한 얘기가 돌 수 있어 함께 점검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여권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이 조기 봉합 국면에 들어선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총선을 앞둔 시기에 갈등 국면이 계속되면 좋아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충돌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한 위원장은 서울역에 도착해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와 관련한 질문에 “그런 말씀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라며 “그런 말씀보다는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 여부를 논의했느냐는 취지의 물음에는 “그런 얘기는 서로 없었다”면서 “(윤 대통령이) 민생에 관한 여러 가지 지원책 등 이런 부분에 대해 건설적인 말씀을 많이 하셨고, 제가 잘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경원 이종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