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대 직원이 숨지며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직원 절반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겪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본사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괴롭힘 사례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다수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고용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속 20대 남성 직원이 지난해 11월 16일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청원을 접수해 같은 달 22일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고용부는 근로감독 과정에서 이 회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751명 중 417명(55.5%)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가 당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주로 다수의 중간 관리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지속·반복적인 폭언과 욕설을 한 경우가 많았다.
한 관리자는 ‘아 씨X, 못해 먹겠네’ ‘아, 개XX들 지들 일 아니라고 저 따위로 하네’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또 직원에게 방호복 팔토시를 던지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다른 관리자는 사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새X’ ‘병X’ ‘너네는 빡XXX다’ ‘넌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 ‘너네는 최악이다’ 등의 욕설과 막말을 퍼부었다고 한다.
성희롱 관련 사례도 잇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 남성 중간 관리자는 수시로 여직원들의 동의 없이 어깨, 팔, 목, 허벅지 등 신체를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늦은 시간에 업무를 마친 사원들에게 ‘새벽 별을 보러 가자’고 하고, 실제로 경기도 양평으로 데려간 관리자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고용부는 지난해 사망한 직원의 경우 괴롭힘으로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접수된 청원서에는 해당 직원이 숨지기 전 부서장으로부터 ‘하위 고과를 주겠다’ ‘강제 전환배치 1순위다’ 등 인사 고과와 관련한 협박성 발언부터 ‘네 차에 불이 났으면 좋겠다’ ‘축구하다가 다리가 부러졌으면 좋겠다’는 폭언을 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 지시와 함께 전반적인 조직문화 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며 “향후 이행 상황을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용노동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시정지시서는 받지 못한 상태다”면서도 “고용노동부 시정지시를 즉시 이행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알렸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