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한 등산로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최윤종(31)이 법원에서 “피해자 때문에 살인자가 됐다”는 취지로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자의 오빠 A씨는 지난 18일 방송 인터뷰에서 “판사님이 유족한테 할 말이 없냐고 해서, 저는 최윤종이 ‘죄송하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최윤종이) 자기는 잘못이 없고, 제 동생이 반항을 많이 해서 일이 커졌다고 얘기하더라”며 “최윤종이 법원에서도 피해자 탓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기는 그냥 성폭행 한번 하고 기절시킬 생각이었는데, 피해자가 반항을 심하게 해서 죄를 안 저지를 수 있었는데 큰 죄를 저질러 억울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최윤종이 법원에서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몸을 꼬거나 비딱하게 앉아 있었다. 심지어 가끔씩 한숨도 푹푹 쉬면서 머리 뒤쪽으로 손머리를 한 채 진술했다”며 “아주 진정성 없는 태도를 보여 보다 못한 재판장이 ‘똑바로 앉으라’고 주의를 줬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여름 방학 때 사고 나기 며칠 전 왔다 가면서 추석에 보자고 했는데, 며칠 사이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왔다. 우리 딸 못 보낸다”며 “아직 영정 사진도 한 번도 안 봤다. 보낼 수가 없다.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고 울먹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에 대해 지난 22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사형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방법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범행 대상을 몇 달간 물색하다 피해자를 발견하자 (피해자의)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했다”며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자 목을 감은 상태로 체중을 실어 피해자의 몸을 누른 점 등에 비춰보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며 “유족 또한 치유될 수 없는 고통에 빠졌고 아직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사형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법상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의 경우 사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윤종이 범죄 전력이 없는 점,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타인과 교류하지 못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수년간 생활한 점, 우울증과 인격장애 등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