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진료’ 어떻게 해결하지?”…제주도 ‘의료 준공영제’ 만지작

입력 2024-01-23 15:04 수정 2024-01-24 09:35
제주지역 한 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가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도가 도민 원정진료 등 고질적인 제주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의료 준공영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지역완결형 필수중증의료 질 향상을 위한 의료 준공영제 도입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의료 준공영제는 지역에 필수적인 의료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소아과·산부인과 등 인구 감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진료영역이나, 외상·급성 혈관질환·급성 복증 등 골든타임이 중요한 주요 응급질환에 대해서는 도내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진료체계를 갖춘다는 취지다.

지난해 제주에서는 종합병원 응급실 로비에서 대기 중이던 환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의료 공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문진료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주대학교병원이 지난해 처음으로 보건복지부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신청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제주도는 서울권 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권역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지정이 사실상 어렵다.

의료 준공영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비교적 현실성이 있는 차선책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더라도 지역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당장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깔려 있다.

그러나 의료 준공영제가 실제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개별 의료행위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현행 건강보험 수가 시스템에 상충되기 때문이다.

현재 도입한 지자체가 없고, 막대한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해 제주도로서도 부담이 크다.

‘준공영제’ 방식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지 않다.

앞서 도입한 ‘버스 준공영제’가 매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데 비해 도민들이 느끼는 개선 체감도가 낮다. 버스업체의 부정수급 등 도덕적 해이 사례 발생도 도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제주도는 우선 기초 연구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여론을 보면서 필요할 경우 구체적인 운영 표준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관계자는 23일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고는 의료 질 향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소한 응급질환에 대해서는 지역 내 진료완결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연구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