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변호사 출산휴가 중 문자로 해고한 로펌 대표…2심서 선고유예

입력 2024-01-23 14:20
서울중앙지법 전경. 뉴시스

출산 휴가 중인 소속 여성 변호사에게 사전 논의 없이 문자메시지로 해고한 법무법인 대표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의 선고유예로 감형됐다. 이 대표는 1심에선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1부(재판장 양지정)는 최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A씨(62)에게 벌금 300만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선고 유예란 비교적 가벼운 죄에 한해 일정 기간 형의 집행을 미루는 걸 말한다. 유예 기간 동안 특정한 사고 없이 지내면 선고 내용이 면해진다.

A씨는 2021년 4월 출산 후 휴가에 들어간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B씨에게 예고도 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고하고, 해고 예고 수당 84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2018년 9월 B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 지급방법과 휴일 등이 명시된 서면도 제공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출산 전후로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또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30일 전에 사전 통보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A씨는 재판에서 “B씨가 출산 휴가를 가기 전 이미 퇴직했지만, 육아 휴직 및 출산 휴가 관련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형식적인 근로 관계를 유지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위반을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식적인 근로 관계 유지에) 합의했다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B씨 역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와 B씨가 근로관계를 종료하기로 협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B씨는 통상 근로 관계와 달리 출산 휴가 급여만 받고 이를 위해 법무법인에서 받은 급여를 반환하기로 했다”며 “이로 인해 A씨는 출산 휴가 쯤부터 B씨와의 근로관계가 합의 하에 종료된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에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판단된다”며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