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여성 190번 찔러 살해… ‘감형’된 이유는

입력 2024-01-23 13:37
피해자 B씨가 살인 피의자 A씨와 생전 촬영한 사진. 유족 측은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하며 피해자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JTBC 캡처

결혼을 약속하고 동거 중인 여성을 최소 190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범행에 잔혹성을 지적하며 25년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우발적 범행’임을 고려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부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오후 1시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동거 중이었던 20대 여성 B씨를 집에 있던 흉기로 190회 이상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결혼 날짜를 잡고 동거 중이던 A씨는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와중에 B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범행 직후 A씨는 자해하고 112에 신고했으나 목숨을 건졌다.

검찰은 범행이 잔혹하게 이뤄졌다는 점과 A씨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징역 2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층간 소음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던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경찰에 곧바로 신고한 데다 유족보호금을 피고인 가족이 지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하며 형을 깎았다.

B씨 유족은 ‘계획적인 범행’이었다며 울분을 표했다.

B씨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프로파일링 조사에서 가해자가 ‘회사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집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오늘은 가서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며 “가해자가 범행 장소인 집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탄 시간과 범행 후 경찰에 신고한 시간을 계산해보면 20분 만에 살해와 가해자의 자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있었던 이웃들은 사건 일주일 전에 이사한 상황이었고 딸이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건 가해자의 주장일 뿐”이라며 “도대체 왜 살해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감형 요인이었던 ‘유족 보호금’도 애초에 원하지 않았던 돈이라고 설명했다. 유족은 “‘모든 구상권은 국가로 한다. 가해자와는 개인 합의를 보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4200만 원을 받았는데, 이 위로금이 구조금으로 바뀌면서 국가가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며 합의금 명목으로 바뀌었다”며 “대체 어느 부모가 4200만 원을 받고 아이 목숨을 내주겠냐”고 호소했다.

유족은 A씨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며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