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 그림자 지우기’ 성공할까…韓 “당은 당의 일, 정부는 정부의 일”

입력 2024-01-22 18:33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한 위원장이 명분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그러나 임기가 3년 3개월도 더 남은 윤 대통령과 충돌하는 것은 향후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위원장은 22일 대통령실과의 갈등 등에 대해서도 자기 주장을 분명히 펼쳤다. 한 위원장이 전날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던 사실이 공개된 뒤에도 ‘할 말’을 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그러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과의 갈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政·정부)은 정(부)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특히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사과 여부가 당정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지난 19일),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지난 18일) 등의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았다.

이어 한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는 ‘민주당 때리기’에 주력했다. 한 위원장은 “여전히 민주당은 가짜뉴스를 핑퐁 치듯이 자기들끼리 주고받으면서 ‘아니면 말고’ 하면서 넘어가는 식으로 정치하는 행태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은식 비대위원이 호남을 비하했다’는 내용의 오보를 고리로 촉발한 민주당의 대여 공세를 꼬집은 것이다.

한 위원장은 또 “이번 총선에서 큰 시대 정신 중 하나가 ‘운동권 특권세력 청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대표께서 북한 도발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 북한’이라고 했는데 예전에 운동권에서 많이 쓴 표현이다. 책임 있는 의견과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모든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민생토론회에 불참한 윤 대통령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한 위원장은 ‘삼성 갤럭시 성공 신화’의 중심에 있는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인재영입식에서 만나 평소 사용하는 아이폰 대신 갤럭시 휴대전화를 챙겨와 고 전 사장과 ‘셀카’를 찍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위원장을 견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홍 시장은 “고도의 정치 게임인지, 갈등의 폭발인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대표는 임기가 의미 없다”며 “임명직만 해봐서 잘 모르시겠지만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상실하면 선출직 당대표도 퇴출된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표면상 갈등이지만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정우진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