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인연’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돌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 12월 26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결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치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정부 때는 함께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과 여부를 둘러싼 인식 차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결정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13년 선후배 사이다. 대통령은 79학번이고, 한 위원장은 92학번이다. 그러나 사법연수원 기수는 4기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사법고시 합격이 늦었던 윤 대통령은 23기, 한 위원장은 27기다.
검찰 선후배인 두 사람은 2004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처음 만났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평검사) 신분이었다.
두 사람은 2020년까지 대검찰청,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전직 대통령들(이명박·박근혜)과 전직 대법원장(양승태), 다수 정치인‧기업인을 재판에 넘겼다.
윤 대통령은 검찰에서 한 위원장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신뢰했다고 한다. 당시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단초가 된 ‘차떼기’ 진술을 확보했던 검사가 한 위원장이었다.
두 사람은 한 위원장의 미국 유학 뒤 다시 만나 2006년부터 대검 중수1과에서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을 함께 수사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윗선과 한 위원장 사이를 조율했다. 한 위원장은 현대차 수사 당시 압수수색까지 1주일의 준비 시간을 부여받았는데 “1개월은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때 부부장검사였던 윤 대통령의 중재로 20일의 준비시간이 주어졌고, 한 위원장이 이에 대해 고마워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재결합했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의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직후 ‘적폐청산’ 수사를 총괄할 3차장으로 발탁한 사람이 한 위원장이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중용됐을 때는 한 위원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다.
두 사람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착수를 결정했고, 격랑에 빠져들었다. 한 위원장은 2020년 1월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 윤 대통령은 “손발을 잘라 지방으로 날려 보낸 인사였다”고 회고했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2022년 4월 한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비대위원장 임명설이 나돌 때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