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떳떳하고파”…재판부 “단어 사용법 잘 생각해야”

입력 2024-01-22 15:46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 송치가 결정된 전청조씨가 지난해 11월 10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 나와 서울동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 3세를 사칭하며 수십억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청조(28)씨가 법정에서 “최대한 벌을 받고 떳떳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떳떳하다’는 단어 사용법에 대해 잘 한번 생각해 보라”며 질책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병철)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와 공범 이모(27)씨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전씨는 경호실장 역할을 한 이씨의 범행 공모 여부 관련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했다. 그는 이씨의 범행을 증언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씨도 떳떳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 전씨에게 고용돼 경호원 노릇을 하면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21억9000만원 상당의 투자금을 전씨의 지시에 따라 사용하거나 이체했다는 혐의(사문서 위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전씨는 “제가 시켜서 했던 것이지 이씨가 이렇게 사기를 치자고 했던 것은 아니다”며 “저도 굉장히 힘들다. 많은 언론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적용된 혐의) 단 한 건도 부인하면서 올라온 적 없다. 다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에게 올바른 걸 시키지 못해서 미안하고 여기에 같이 휘말리게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다”면서도 “하지만 거짓말을 (이씨도) 같이 했고 파라다이스 (혼외자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재판장은 “여기 법정에는 피해자들도 올 수 있고 (전씨의 말도) 들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은)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고 마음에 받은 상처가 보전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피해가 보전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 있는 것이냐”고 나무랐다.

이어 “‘떳떳하다’, ‘올바르다’는 단어 사용법에 대해 잘 한번 생각해 보라”며 피해자에게 두 번 상처를 줘선 안 된다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이에 전씨는 “감사하다”고 답변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씨가 전씨의 성별 등 실체를 알고도 범행을 공모한 것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씨 측은 자신도 전씨에게 속은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전씨에게 “이씨는 증인(전청조)에게 속아서 4500만원을 편취 당한 피해자가 아니냐”고 물었고, 전씨는 “맞다”고 답했다.

전씨는 다만 “피해자가 갑자기 공범으로 바뀌는 건 드라마틱한 게 아니냐”고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만큼의 대가를 주겠다고 했다. 내가 투자금을 받아서 이런 일을 할 건데 그 대가로 월급을 올려주고 BMW를 타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은 이씨가 피해자에서 공범이 된 경위에 대해 “4500만원 상당의 투자금 등을 회수하지 못해서 범행을 같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