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도스토옙스키 만나는 사람들…특별한 독서모임 가보니

입력 2024-01-22 15:41 수정 2024-01-22 16:01
한국장로교출판사와 김회권 숭실대 기독교학 교수가 22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읽기 클럽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월요일'을 진행했다.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숭실대(총장 장범식) 웨스터민스터홀에서 특별한 독서모임이 열렸다. 자리에 앉은 학생과 목회자 등 20여명은 저마다 러시아 소설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저서 ‘백치’를 열독했다. 김회권 숭실대 기독교학 교수가 작품의 설명을 위해 입을 뗐다.

“‘백치’는 영어 제목으로 ‘The Idiot(바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경멸의 의미를 담은 백치는 성경에서 살펴보면 사회적 악행 지능이 지극히 낮고 선량한 인간됨됨이를 가리키는 예찬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한국장로교출판사와 김 교수는 고전 소설을 읽는 데에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이같은 독서모임을 마련했다. 모임의 이름은 ‘읽기 클럽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월요일’. 문예평론가들이 기독교 신앙의 진수가 잘 드러났다고 평가하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함께 읽으며 기독교 가치를 탐구하는 취지의 모임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책 한 권을 읽기 힘든 현실 속에서 이같은 독서모임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22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읽기 클럽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월요일' 모습.

지난 8일부터 매주 월요일 진행하는 독서모임은 도스토옙스키의 저서인 ‘죄와 벌’ ‘백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총 3편을 김 교수와 함께 8주 동안 읽는다.

김 교수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세계는 20세기 신학 담론을 주도했던 칼 바르트(1886~1968·스위스) 목사의 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며 “그의 소설은 인간의 영혼을 해부하는 심리 탐구적 소설이자 거대한 역사를 조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그의 작품 대부분은 성경을 오마주(핵심 요소나 표현 방식을 흉내 내거나 인용하는 것)해 신앙적 고민에 관한 답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교수와 참석자들이 함께 탐독한 ‘백치’는 1866년부터 3년 동안 ‘러시아 통보’에 연재된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 레프 니콜라비치 뮈시킨 공작이 스위스 정신병원시설에서 요양하다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시작한다. 젊은 부자인 로고진과 절세미인 나스타시야 필립포브나와의 사이에서 뮈시킨이 고뇌하는 내용이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김회권 숭실대 기독교학 교수가 드스토프옙스키의 저서 '백치' 요약본을 읽으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소설 속 백치는 뮈시킨이 자신에 대한 자기의식을 드러내는 호칭이자 등장인물들이 그를 규정하는 칭호다. 사고능력이 일반인보다 모자라지 않았던 뮈시킨은 단지 지나치게 선량하다는 이유로 백치라고 여겨졌다. 김 교수는 “진리의 길을 걷는 자는 ‘거룩한 바보’라는 굴욕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 때문에 바보가 된 자들의 인간승리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독서모임에 참석한 이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자신을 숭실대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한 김현정(49) 목사는 “항상 ‘이번에는 꼭 고전서적도 읽어봐야지’라고 스스로 다짐을 하지만, 책은 두껍고 내용도 어렵다보니 읽기 주저했다”면서 “이번 모임을 통해 나도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