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과정에서 장애인에게 직무와 무관한 장애 관련 질문이나 약 복용 여부를 묻는 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용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장애 관련 질문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어긴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대법원이 최초로 명시적으로 밝힌 판결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씨가 경기도 화성시 인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A씨는 2020년 화성시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 전형에 지원해 지원자 중 유일하게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A씨는 2020년 9월 면접에서 탈락했다.
해당 면접에서 면접위원들은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질문들을 던졌다. A씨는 이들로부터 현재 앓고 있는 장애의 유형이나 등록 여부, 약 복용 여부나 정신질환 때문에 잠이 많은 것은 아닌지 등 장애와 관련한 다수의 질문을 받았다.
이후 면접위원들은 A씨에게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미흡’ 등급을 부여했다. 추가 면접 시험대상자로 분류돼 한 차례 더 면접을 치렀지만, 결과는 최종 불합격이었다.
A씨는 면접에서 장애 관련 질문을 한 것이 차별 행위라며 화성시를 상대로 ‘불합격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화성시가 A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화성시 측이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차별 행위가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고용과정에서의 차별금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공정한 참여와 경쟁의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애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실시하는 면접시험도 이런 취지가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라는 정당한 사유를 사용자가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차별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고용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장애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