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카카오가 계열사 인적 쇄신에 돌입하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의 ‘브라더 경영’ 지우기에 나섰다. 다만 카카오가 리더십 교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방점을 찍은 키워드는 ‘안정’이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권기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장윤중 글로벌전략책임자(GSO)를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두 내정자는 추후 이사회와 주주 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김성수·이진수 현 공동대표는 오는 3월까지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로 재직한다.
예고된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다. 이번에 물러나는 두 공동대표는 카카오에서 엔터 사업을 일군 개국공신으로 불린다. 김 대표는 카카오엔터 미디어·뮤직 부문 전신인 카카오M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2010년 스토리 부문 전신인 포도트리를 설립했다. 두 대표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논란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반면 두 내정자는 모두 김 공동의장의 ‘브라더’로 분류되지 않는다. 권 내정자는 다음에서 경영기획본부장,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한 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카카오로 합류했다. 장 내정자는 미국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세계 3대 음반사 가운데 하나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를 지낸 후 카카오로 합류했다.
카카오는 이번 리더십 교체를 통해 쇄신 속도를 내면서도 사업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이른바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추진하는 등 확장 정책을 이어갔지만 엔터 부문의 성과는 부진했다. 이 대표의 퇴진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으로 파악됐다. 재무통인 권 내정자는 부실한 엔터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장 내정자는 글로벌 음악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주요 파트너사, 아티스트 등과 쌓은 네트워크와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는 데 최적화된 카드라는 평가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존의 전략이 사업 확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사업 안정 및 수익화 기조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잡음이 끊이지 않거나 김 공동의장의 측근 인사가 이끄는 회사를 중심으로 추가 인적 쇄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교체 대상에 꼽힌다.
아울러 카카오는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신사업에도 시동을 걸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인적 쇄신이 발표된 지난 19일 자체 개발한 멀티모달언어모델(MLLM) 오픈소스인 허니비를 공개했다. 김 공동의장이 “공격적으로 인공지능(AI)에 대응하자”고 주문한 뒤 나온 첫 작품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