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 리그 2차전에서 국가대표팀이 요르단과 2대 2 무승부를 거둔 가운데 아쉽게 골 찬스를 놓친 조규성 선수의 소셜미디어(SNS)에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22일 스포츠계에 따르면 조규성은 지난 20일 요르단전에서 4-2-3-1 포메이션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했다.
조규성은 90분 내내 필드를 누볐지만 바레인전에 이어 결정적인 득점 찬스는 잡지 못했다. 특히 전반 55분 이기제의 중거리 슛이 골키퍼에게 막히자 조규성이 이 공을 받아 재차 슈팅했는데, 골대를 빗나가며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그는 후반 24분 오현규(셀틱)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 이후 조규성을 둘러싸고 ‘경기력 논란’이 일자 네티즌들은 그의 인스타그램으로 찾아가 악플을 퍼부었다.
경기력 자체에 관한 비판도 있었지만 주로 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외모를 지적하는 댓글이 많았다. 축구선수가 본업인 축구에 집중하지 않고 겉돌다 보니 기량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조규성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면 한 네티즌은 “유튜브에 이강인 치면 축구 하이라이트로 도배되고, 조규성 치면 ‘나혼자 산다’ 나온다. 네가 예능인이냐”고 적었다. “사람들이 외모 칭찬 좀 했다고 정신 못 차리고 머리 기르고, 경기 뛰다 머리카락 다듬고 두건 쓰고. 진짜 환장하겠다” “방송 기어 나올 때부터 알아봤다. 연예인병 걸렸나. 안 잘생겼다. 정신 좀 차리자” 등 비하성 댓글도 줄을 이었다.
조규성을 향한 지나친 악플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그래도 국가대표 선수에게 응원은 못 해줄망정 욕부터 하는 거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고, “속상한 건 알겠지만 악플은 적당히 달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운동선수들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적 악플은 스포츠계의 해묵은 골칫거리다. 특히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인기 종목인 축구나 야구의 경우 선수들에게 훨씬 강한 압박이 가해진다.
2007년 베이징올림픽 당시에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기성용 선수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악플이 쏟아졌다. 이에 참지 못한 기성용이 싸이월드에 “답답하면 너희들이 가서 뛰든지”라고 적어 응수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 또는 팀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악플이 달리면 이를 고발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선수들이 온라인상 비하 발언과 위협에서 벗어나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조규성은 경기 후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며 경기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