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위기에 놓인 SBS 장수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놓고 폐지를 반대하는 애청자들의 계속되는 호소에서 어린이가 쓴 것으로 보이는 손편지가 등장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10세 이하로 보이는 편지는 애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편지는 지난 17일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시청자 게시판에 “9살 어린이도 폐지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글쓴이 이모씨는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며 “어머니, 아버지 세대 때부터 제 딸(초1)까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딸 아이가 너무 슬퍼하면서 편지를 SBS에 보내달라고 했다”며 “폐지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3대가 함꼐 거실에 모여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고 싶다. 폐지는 제발 철회해달라”고 적었다.
이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2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이의 편지가 담겼다. 초등학생으로 추정된다. 삐뚤빼뚤하고 맞춤법도 일부 틀렸지만 정성스럽게 눌러 쓴 편지에는 “방송국 아줌마, 아저씨. 새상에 이런 순간포착 일이 없세지마세요”라면서 “제가 젤 좋아하는 프로그렘이예요. 부탁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편지 뒷장에는 우는 표정의 이모티콘(ㅠㅠ)과 함께 눈물이 고여 바다를 이룬 듯한 그림을 넣었다.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씨의 글 외에도 프로그램 폐지를 철회해달라는 글이 20여건 넘게 올라왔다. 애청자들은 “폐지 결정을 다시 한번 재고해달라” “프로그램이 사라지지 않도록 제발 지켜주세요” “방송의 한 역사. 폐지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요청했다.
SBS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1998년 5월부터 26년째 방영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최근 SBS에서 “프로그램이 오래된 느낌을 주고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하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BS 시사교양본부 소속 PD들은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SBS는 지난 17일 폐지 여부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년 넘게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온 방송인 임성훈씨도 지난 17일 한 연예매체에 “아직 폐지가 확정된 게 아니다”라면서 “MC로서 시사교양본부, 방송국 편성 쪽에 다시 한번 폐지를 재고해달라고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