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에 화살 쏜 40대… 檢 징역 6개월 구형

입력 2024-01-19 15:46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2022년 8월 26일 오전 8시29분쯤 몸통에 화살이 박힌 채 발견된 개 모습. 제주시 제공

개에 대한 악감정으로 떠돌이 개를 향해 화살을 쏜 40대 남성에 대해 검찰이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19일 제주지법 형사2단독 배구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49)의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과거 자신이 키우던 닭들이 들개에게 물려 죽은 적이 있다고 하지만, 정작 화살을 맞은 피해견은 피고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며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당시 60m 거리에서 쐈는데 피고인도 맞을 줄 몰랐고, 개가 화살을 맞아 당황했다”며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화살 제거 수술을 받고 있는 피해견 모습. 제주시 제공

A씨는 2022년 8월 25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 대정읍의 자신의 비닐하우스 옆 창고 주변을 떠돌던 개에게 70cm 길이의 양궁용 화살을 쏴 맞힌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견은 범행 이튿날인 26일 오전 8시 29분쯤 범행 장소로부터 직선거리 기준 약 10㎞ 떨어진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몸통에 화살이 박힌 채로 발견됐다.

이 개는 구조 당시 움직이지 못하고 숨을 헐떡거리는 등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화살을 맞은 개가 CCTV가 적고 인적도 드문 중산간 지역을 돌아다녀 행적 파악과 용의자 특정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은 7개월 간의 추적 끝에 지난해 3월 주거지 인근에 있던 A씨를 체포하고 화살 일부 등 증거물을 압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키우던 닭 120여마리가 들개에 피해를 봤다. 그날 개가 보이자 쫓아가서 쐈는데 우연찮게 맞았다. 맞을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는 활은 나무와 낚싯줄로 직접 만들고, 카본 소재의 화살 20개를 해외 직구를 통해 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 당일 피해견이 A씨의 닭에게 해를 끼치던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피해견은 발견 당시 낡은 목줄을 하고 있어 주인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인식표와 등록칩이 없고 주인이라며 나타난 이도 없었다.

피해견은 구조된 이후 곧바로 화살 제거 수술을 받았다. 또 동물보호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천지’라는 새 이름을 얻고,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의 한 가정에 입양된 떠돌이견 출신 '천지' 모습.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제공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