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멱살 잡고 모욕… ‘태움’ 간호사 항소심도 실형

입력 2024-01-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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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태움’으로 불리는 간호사 간 가학행위를 일삼은 선배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부는 지난 18일 폭행과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A씨를 법정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1심 판결 직후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피해 보상을 위해 법원에 공탁한 점 등의 이유로 법정구속되지 않았다.

A씨 혐의는 2021년 11월 경기도 의정부 을지대병원 소속 신입 간호사 B씨가 병원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당시 B씨 남자친구와 친한 동료가 고인의 생전 ‘태움’ 피해를 증언하면서다.

B씨 유족은 태움 가해자로 지목된 A씨를 포함한 선배 간호사 2명을 고소했다.

경찰 측은 병원 내 3개월 분량의 CCTV 녹화본과 숨진 B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조사했다. 또 동료 간호사 수십 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A씨가 B씨의 멱살을 잡거나 동료들 앞에서 강하게 질책하며 모욕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와 함께 고소된 다른 간호사 1명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없음’ 판정을 받고 풀려났다.

이 과정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021년 11월 B씨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특별근로감독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조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근로계약서 특약을 보면 1년 동안 퇴사할 수 없고 다른 병원으로 이직도 할 수 없게 돼 있어 ‘노예 계약’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멸적 표현과 멱살을 잡는 행위 등 폭행 정도는 경미하지 않고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결국 사망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 행위가 지도 목적이었는지도 의문”이라며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선고 이후 A씨와 검찰 측 모두 양형이 부당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 측은 2심 변론 재판에서 “피해자가 사망하는 회복할 수 없는 심대한 피해를 보았는데 피고인은 책임을 회피하고 유가족으로부터 용서를 못 받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죄질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이전에 전과가 없고 이 사건으로 퇴사해 간호사 일을 못 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원심 선고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