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영탁과 동명의 상품 이름으로 상표권 분쟁을 벌였던 막걸리 제조업체 예천양조 대표 백모씨가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예천양조 측은 입장문과 유튜브를 통해 “영탁이 모델료 150억원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 김선숙 판사는 지난 17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백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명예훼손, 협박 혐의로 함께 기소된 예천양조 서울지부 지사장 조모씨에 대해서도 같은 형을 판결했다.
김 판사는 “백씨 등이 상표권 협상이나 그동안 만남에서 있었던 사실을 허위 사실과 교묘히 섞어 언론과 대중에게 갑질이 있었던 것처럼 공표해 영탁 모친의 명예를 훼손하고 협박했다”며 “피해자들은 이 사건으로 대중들의 비난을 받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백씨 등은 예천양조에서 제조·판매한 ‘영탁막걸리’를 두고 영탁 측과 상표권 사용 및 모델 재계약 협상을 벌이다 최종 결렬되자 협상 과정에 대한 허위사실을 언론 등에 공표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2021년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과 유튜브 등에서 “영탁 측이 모델료 등으로 1년에 50억원씩, 3년간 총 150억원을 요구했다”며 “무상으로 대리점까지 운영하게 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영탁 측에 상표권 등록을 위한 자필 서명을 요청했는데, 얼마 뒤 영탁 측이 예천양조와 별개로 상표권을 출원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재계약 불발과 관련된 내용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영탁 측을 협박한 혐의도 있다. 조씨는 영탁 측에 “언론에 협상 결렬 사실이 공개돼 이미지가 실추돼도 상관 없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영탁의 모친이 ‘돼지머리를 신문지에 싸 묻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고 했다“며 굿 비용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또 영탁 측과 계약 불발 및 갈등이 알려진 뒤에는 팬들이 조직적인 불매 운동을 벌여 일부 대리점이 폐업하고 매출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영탁 측은 같은 해 8월 예천양조 측 주장이 허위라면서 백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경찰에 한 차례 보완 수사를 요구한 끝에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김 판사는 “영탁 측이 연간 50억원 등 과도한 광고모델료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백씨의 주장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 백씨 측이 영탁 측과 상표권 ‘등록’ 승낙이 아닌 ‘사용’ 승낙을 논의하고선, 영탁 측이 상표권 등록을 방해한 것처럼 허위 인터뷰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영탁 모친이 ‘돼지머리 고사’를 강요한 적이 없고, 팬들의 조직적 불매운동도 없었다고 봤다.
김 판사는 백씨가 언론에 허위사실을 공표한 이유가 ‘회사 매출’ 때문이라고 봤다. 예천양조는 영탁과 모델 계약을 체결한 뒤 매출이 급성장했고, 이에 맞춰 공장도 신축한 터라 계약 연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예천양조의 연 매출액은 2019년 기준 1억1543만원이었는데, 영탁과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한 이후 이듬해 50억1492만원으로 약 50배 이상 증가했다.
한편 영탁 측은 예천양조를 상대로 낸 영탁막걸리 상표권 사용 금지 청구소송에서도 지난해 7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또 예천양조로부터 무고·업무방해·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 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모두 각하 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