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보며 숨죽이는 세계… 이란-파키스탄 사태 왜?

입력 2024-01-1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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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에 이어 이란과 파키스탄도 서로 총대를 겨누자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 이후 고조된 중동 내 긴장이 이란과 팔레스타인의 충돌과 관계가 있다고 봤다.

파키스탄은 18일(현지시간) 이란의 시스탄-발루치스주의 테러리스트 은신처를 전투기로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16일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에 있는 이란의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조직 ‘자이시 알아들’의 근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파키스탄과 이란이 공격한 지역은 양국이 그간 안보위협으로 간주한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은신한 곳들이었다. 양국 국경은 900㎞에 달하는데 이 지역에는 두 국가로부터 분리 독립을 원하는 발루치족이 나뉘어 살고 있다.

분리주의자는 지난 20여 년간 독립을 외치며 무장 투쟁을 벌여왔다. 이번 이란의 공격 대상이었던 ‘자이시 알아들’도 이 지역 분리주의 단체 중 하나로, 주로 이란 정부 인사와 시아파 민간인들을 공격해왔다.

이란과 파키스탄 양국은 상대국에 숨어있는 분리주의 세력에 대응하는 데 협력해온 까닭에 이번 충돌의 경위를 두고 의문이 많다. 파키스탄의 보복은 주권침해에 대한 항의로 받아들여 지지만 이란의 선제적 돌출행위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미국 CNN방송은 이번 공격은 양국이 상대국에 먼저 알리지 않고 국경을 넘어 공격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행동을 두고 중동 내 분쟁 격화 때문에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역내 패권을 추구하는 이란이 미국이 손발이 묶인 사이에 국경을 넘어 더 적극적 행동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란은 파키스탄을 공격하기 전날에도 이라크와 시리아에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강행했다.

이란과 파키스탄 모두 국내 정치적 압력을 해소하거나 관리하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이란은 가자지구 전쟁 여파에 따른 자국 지휘관들의 피살, 자국 내 이슬람국가(IS)의 폭탄 테러, 역내 대리세력에 대한 미국의 공격 등으로 내부 강경론자들의 불만이 축적되고 있었다.

파키스탄은 군부가 정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내달 총선을 앞두고 있다가 자국 영토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국제사회는 이미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지로 번져나간 가자지구 전쟁이 더 확산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 다만 이란과 파키스탄이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양국은 표적이 상대 국민이 아니라 테러리스트였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튀르키예 등은 입을 모아 양국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