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을 받고 수백만 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전 소방청장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합의2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18일 청탁금지법 위반·뇌물요구 등 혐의로 기소된 신열우(62) 전 소방청장에게 징역 2년에 벌금 1200만원을 선고하고 59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위계공무집행방해·뇌물공여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병일(61) 전 소방청 차장에게는 징역 1년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A씨(42)에게는 징역 1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5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신 전 청장은 재직 때인 2021년 소방정감 승진을 희망하던 최 전 차장으로부터 승진시켜주는 대가로 현금 500만원과 90만원 상당의 명품 지갑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학위취득 과정에서 문제가 돼 청와대의 인사 검증 부적격자였던 최 전 차장에게 “청와대 인사비서관에게 승진을 부탁할 테니 나에게 잘하라”고 말하거나, 대통령실 비서관 A씨를 소개해준 뒤 승진하려면 그에게 금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 해경에 월북 수사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재판부는 최 전 차장이 신 전 청장의 말에 따라 A씨에게 현금 500만원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최 전 차장은 2021년 7월 소방정감으로 승진한 뒤 소방청 차장으로 임명됐다.
신 전 청장은 지인 청탁을 받고 화재 사건 조사 내용 등을 유출한 뒤 그 대가로 렌트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도 받았으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소방병원 설계 공모에 참여하는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해 특정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게 했다는 최 전 청장의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들이 고위직 인사를 두고 상호 밀접하게 유착한 이 사건은 국민들의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일선 소방공무원들의 근로 의지를 꺾는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고위공직자의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집행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심각히 훼손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이들이 재판에 성실하게 참여한 점을 고려해 보석 취소 또는 법정 구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 신 전 청장과 최 전 차장은 지난해 4월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해 9월과 7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