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민감 분야 논의”…北, 군사정찰위성 기술 받아 전쟁 위협 높일 듯

입력 2024-01-18 17:1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나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크렘린궁은 민감한 분야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한층 고도화된 위성기술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러시아 지원을 받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의 능력을 높이면 한·미를 겨냥한 전쟁 위협도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푸틴과 최선희의 대화에선 군사정찰위성 기술 지원에 대한 포괄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라며 “양국 외교장관 협의 때는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올해 3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다.

만리경 1호는 우주 궤도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위성의 정상 작동과 공중감시 능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을 때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의 위성 관측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합성개구레이더(SAR) 기술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AR은 항공기나 인공위성에 탑재돼 낮밤, 날씨에 상관없이 지형 관측을 할 수 있는 레이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위성 사진은 아직 광학 수준이어서 러시아로부터 SAR 기술 등이 이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 정찰위성의 공중감시 능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존 플럼 미 국방부 우주정책 담당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그들의 전쟁 능력 여부를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럼 차관보는 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능력도 존재한다”며 “그 위협 속도 및 규모를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지원받아도 당장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해상도가 대폭 향상된 정찰위성을 획득하기까지 최소 2~3년은 더 걸린다”며 “북한의 현재 수준으로는 러시아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당장 운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도 “러시아 기술로 부품을 만들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오는 4월 총선과 우리 군의 군사정찰위성 2호 발사에 앞서 추가로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한국보다 먼저 위성을 발사해 경쟁에서 앞서고 있음을 과시하고 자국의 위성 발사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국제사회 비판을 희석하려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