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중구 남산공원 일제 통감관저 터에 마련된 위안부 피해자 추모 공간 ‘기억의 터’를 재조성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성추행 혐의로 재판 중인 민중미술가 임옥상씨의 작품을 시가 지난해 9월 철거한 지 4개월 만이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기억의 터 재조성 추진 계획을 마련했으며 조만간 시행사 선정을 위해 입찰 공고를 게시할 예정이다. 기억의 터에 설치될 작품 공모는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이뤄진다. 시는 7월 중으로 최종 당선작을 발표한 뒤 12월까지 재조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억의 터는 2016년 3월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됐으며 당시 임씨의 작품인 ‘세상의 배꼽’과 ‘대지의 눈’이 설치됐다. 대지의 눈에는 위안부 피해자 명단과 증언,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인 ‘끌려가는 소녀’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임씨가 지난해 8월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시는 “위안부 추모 공간에 임씨 작품을 남겨 두는 것은 시민 정서에 반한다”며 9월 작품을 철거했다.
당시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임씨를 핑계 삼아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고 한다”, “대지의 눈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단과 증언이 있다”며 철거에 반대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다”고 비판해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시가 신속하게 재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시 불거진 우려는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지난해 12월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진행 과정에서 재조성 예산 4억원을 반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는 작품 공모 기준에 위안부 할머니 명단과 증언, ‘끌려가는 소녀’ 등 기억의 터 기존 콘텐츠를 작품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