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힘들고 배고파도 아빠와 있고 싶다’고 한 말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지난해 제주도에 입국해 9세 아들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내려졌던 중국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났다.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창훈)는 18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국인 A씨(38)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25일 제주 서귀포시의 한 공원에서 잠든 아들 B군(당시 9세)을 혼자 남겨두고 사라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잠에서 깬 B군은 울면서 아빠를 찾았고, 이를 발견한 서귀포시 관게자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CCTV 분석 등을 통해 이튿날인 8월 26일 서귀포시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해 8월 14일 관광을 목적으로 아들과 제주에 입국해 며칠간 숙박업소에서 지냈으며, 돈이 다 떨어진 같은 달 17일부터는 8일간 노숙했다. 그러다 범행 당일 공원에 편지 한 통과 함께 아들을 두고 간 것이다.
A씨가 영어로 남긴 편지에는 ‘나의 신체적 이유와 생활고로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며 ‘아이에게 미안하다. 아이가 한국의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후 B군은 제주의 아동보호시설에 머무르다가 중국에 있는 친척에게 인계돼 중국으로 먼저 돌아갔다.
A씨는 1심에서 “아이를 공원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긴 했지만 버릴 생각은 없었다. 한국의 시설에 맡기려는 의도였다”고 항변했으나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A씨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반성하고 있다. 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 아이와 함께 잘 살겠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은 나쁘지만 혐의를 인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어 “아이가 경찰 조사에서 ‘힘들고 배고파도 아빠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한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