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추천→매도’로 4억9000만원 챙긴 애널리스트의 ‘최후’

입력 2024-01-18 16:03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이 미리 사둔 주식 종목을 ‘셀프’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매도해 차익을 챙긴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한때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던 피고인은 8년 9개월 동안 5억원에 가까운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정도성)는 1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44)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또 부당 이득 4억90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얻은 부당이득 4억9000만원은 8년 9개월 동안 수차례에 걸친 ‘스캘핑’ 행위로 인해 발생했다”며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캘핑은 초분 단위의 초단타 매매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 거래 행위’나 투자 자문업체가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 직전에 매수한 뒤 해당 주가가 오르면 즉시 팔아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A씨는 이 기간 동안 미리 사둔 종목에 대해 ‘매수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한 뒤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수법으로 4억9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증권계좌와 휴대전화를 빌려 거래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전기통신사업법 위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직장에서 퇴직한 점을 참작했다”면서도 “애널리스트로서 자본시장법이나 회사 내규를 회피하기 위해 지인의 휴대전화와 계좌를 빌렸고 거래 기간 및 부당이익 액수가 적지 않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애널리스트의 스캘핑은 자본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저해하고 직업윤리에도 위반되므로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A씨는 검찰 기소 단계에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5억2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중 8년 9개월을 범행 기간으로 인정했다. 또 지인 계좌를 통해 발생한 수익 2500만원은 부당이득액에서 제외했다.

A씨는 범행 기간에 증권사 4곳에서 근무하면서 담당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초까지도 보고서를 쓰다가 금융당국 조사가 시작되자 같은 해 3월 퇴사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