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에 위치한 그린란드의 빙하가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20% 더 많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빙하가 녹아 해수의 순환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은 빙하가 녹아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며 세계 기후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층 해수 순환 시스템 중 하나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의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 채드 그린 박사 연구팀은 1985년부터 2022년까지 24만장의 그린란드 빙하종점위치를 담은 위성사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양은 이전 연구 결과보다 20% 많았다. 기존 연구에서 그린란드 빙하는 매해 2210억t 사라지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추가로 빙하 430억t이 사라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시간당 빙하 3000만t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그린란드 빙하가 최근 수십 년 동안 그 이전보다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팀은 새롭게 사라진 것으로 분석된 빙하는 대부분 그린란드와 맞닿은 해수면 아래에 위치해 있어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팀은 또 빙하가 녹으면서 담수가 해양으로 유입되는 것이 AMOC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빙하학자인 그린 박사는 “거의 모든 그린란드 빙하가 최근 수십 년간 감소했다”며 “바다에 유입되는 담수의 양이 늘어나면 AMOC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과학자들이 적은 양이라도 해양의 담수 유입량이 증가하면 AMOC가 붕괴하고 이에 따른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담수 유입의 증가가 세계 기후 패턴의 변화, 생태계 교란, 식량안보 위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엑서터대학 팀 렌튼 교수는 북대서양에 대한 추가적인 담수 유입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면서 AMOC의 부분적인 붕괴만으로도 영국과 서유럽, 북미 일부, 사헬지역(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쪽 가장자리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MOC는 지구 심층 해수 순환 시스템의 하나다. 바다에서 해수의 순환은 열, 탄소, 산소, 영양분 등 공급은 물론 해수면 높이와 세계 기후 시스템 변화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AMOC가 2025년 붕괴할 것으로 예측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린 박사의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