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대중적인 행보를 이어 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경영은 제 숙명이고 요리는 취미다. 요리가 숙명이 되면 어떡하겠나. 큰일 나지”라며 웃어 보였다.
정 부회장은 18일 연합뉴스가 공개한 영상에서 칠리크랩을 직접 만들어냈다. 반죽하고, 특제 소스를 넣고, 묵직한 중국식 프라이팬을 쥐고 능숙하게 웍질(웍을 다루는 일)을 했다. 정 부회장은 “(요리가) 재밌죠. 왜냐하면 맛있게 드셔주시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마트와 요리는 접목하지 말아 달라”면서 “(요리는) 취미생활이다. 만약에 요리를 안 했다면 집에서 퍼져 자거나 사람들을 만나고 고깃집 가서 접대할 텐데 그것보다는 이 인생이 훨씬 더 나은 거 같다”고 털어놨다.
정 부회장의 취미가 요리인 건 그가 인스타그램에 직접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대접한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가수 이승기, 방송인 노홍철, 축구선수 박지성 등 다양한 인사를 쿠킹 스튜디오에 초대해 대접했다.
정 부회장이 요리를 시작하게 된 건 5년 전쯤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을 본 아내 플루티스트 한지희씨가 적적할 때 직접 요리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처음에는 족발로 시작해 하이난 닭, 지단춘권, 탕수육 등 중화요리가 주메뉴로 발전했다고 한다.
정 부회장은 요리하는 모습을 비롯해 일상 사진과 글을 인스타그램에 수시로 직접 올리며 대중과 소통한다. 이에 상당수 네티즌이 ‘용진이 형’이라 부르며 친밀감을 표하는 반면 일부는 그를 ‘관종’(관심종자의 준말)이라 부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정 부회장은 “안티가 많은 건 너무 해피(행복)한 거다. 왜냐하면 안티가 많으면 많을수록 ‘찐팬’(열렬한 팬)이 많다는 증거니까”라며 “사실 ‘찐팬이 많아서 나한테 뭐가 이롭지’ 생각해보면 별로 (이득이) 없지만 차라리 안티가 편할 때도 있다. 찐팬이 많다니 고맙죠”라고 얘기했다.
정 부회장은 다른 오너 3·4세 경영자들도 세상 밖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내 한씨의 플루트 독주회에서 자녀들을 공개한 것도 이런 점에서다.
국내 재계 11위의 신세계그룹 최고경영자인 그에게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신세계 주요 기업들은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특히 이마트(트레이더스·전문점 포함)는 지난해 1~3분기 매출이 1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487억원으로 16.2% 줄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는 더 잘돼야 한다”며 “이 세상은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가 나눠지게 돼 있다. 본업 오프라인을 장악하는 게 목적이다. 온라인은 G마켓을 통해서 견제하면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