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현행 법정부담금이 기존 정기 평가에서 존치 권고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평가를 뒤집은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가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8일 기획재정부의 부담금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 산하 부담금운용평가단이 2021~2023년 평가한 90개 부담금 중 폐지·전환 권고를 받은 부담금은 4개뿐이었다. 추후 재검토·조건부 존치 등의 단서가 달린 부담금도 4개에 불과했다. 부담금이란 특정 공익사업의 이해관계자에게 사업에 필요 재원을 걷는 준조세 성격의 비용을 뜻한다.
교수·연구자 등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평가단은 매년 부담금 중 3분의 1을 선정해 각 부담금의 존치 여부와 개선사항 등을 검토한다. 3년에 걸쳐 전체 부담금을 한 번씩 들여다보는 셈이다. 평가단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91개 부담금 중 90개에 대해 평가를 마쳤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전수조사가 예고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다”며 기재부에 부담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계획된 부담금 징수액 24조6000억원으로 2001년(6조8000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규모가 커진 부담금이 경제 활력을 위축시킨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부담금 구조조정’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다수 부담금은 기존 평가에서 존치 권고를 받았고, 폐지·전환이 판정을 받은 일부 부담금도 이미 후속 조치를 마쳤기 때문이다. 앞서 평가단이 폐지·전환을 권고한 부담금 4개 중 아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항목은 광물 수입부과금 및 판매부과금 1개가 전부다. 게다가 올해 재검토 역시 기존과 동일한 인선의 평가단이 수행할 예정이다. 평가단 내부의 판단이 극적으로 뒤집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다만 기재부는 같은 평가단이라도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에 부과의 타당성·사용처 등 존치 위주로 평가를 했다면 이번에는 다른 평가 기준을 모색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설령 평가단이 다른 판단을 내리더라도 실제 감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 부담금을 손보기 위해서는 결국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적으로 재정에 타격을 입는 관계 기관 등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부담금 대신 관련 사업을 수행할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만만찮은 난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살아남은 부담금들은 다년간 필요성을 인정받은 항목들이고, 이해관계자의 반대와 대체 재원 문제까지 얽혀 있어 쉽게 정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