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게 살란 거예요?” 다자녀 가구 울린 신생아특례대출

입력 2024-01-18 06:00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인천에서 사는 아이 셋 이상 다자녀 가구입니다. 4억원짜리 구축 아파트 전용면적 85㎡ 이상으로 이사 갑니다. 대식구라 할 수 없이 큰 평수에 살 수밖에 없는데 큰 평수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대출이 안 되는 건 불합리한 것 같아요. 금액이나 면적 조건 중 하나만 만족하는 거로 바꾸거나 다자녀는 면적 제한을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가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 대출을 설명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올린 게시글에는 이런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통상 정부 부처 보도자료 게시판에 댓글이 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에는 댓글이 60개나 달렸다. 대부분 면적 제한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국민동의 청원에도 “출산 장려를 위해 나온 특별 대책인 만큼 면적 기준을 한시적으로 폐지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신생아 특례 주택 구입자금 대출은 2023년 1월 1일 이후 아이를 출산한 무주택 세대주나 1주택자가 받을 수 있다. 단 부부합산 연 소득이 1억3000만원 이하이면서 순 자산이 4억6900만원보다 적어야 한다.

대상 주택도 제한된다.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이면서 전용면적이 85㎡ 이하인 경우만 가능하다. 지난해 주목받았던 정책 금융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과 비교해서도 조건이 까다롭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 가격 9억원 이하 조건 외에 소득이나 면적 등의 제한이 없었다.

원래 자녀가 있으면서 추가로 아이를 낳을 예정인 가구가 문제 삼는 부분이다. 자녀 수가 많을수록 큰 평수 집이 필요하고, 서울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85㎡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9억원 아래인데도 면적 제한 때문에 신생아 특례 대출을 활용할 수 없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실제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경기와 인천 지역의 중형(85㎡ 초과 102㎡ 이하) 아파트의 평균 매매 가격은 각각 7억 8500만원, 5억 7500만원으로 9억원보다 낮았다. 부산(5억7000만원), 대구(4억7600만원)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행법상 면적 제한을 없애기는 어렵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입장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주택도시기금은 도시정비법에 의거, 국민주택 공급에 사용될 수 있다. 주택법이 정의한 ‘국민주택’은 1세대당 전용면적이 85㎡(읍·면은 100㎡) 이하 주택이다.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모든 대출상품엔 이 기준이 적용된다. 신생아 특례대출도 예외가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출 상품은 면적 제한이 적용된다”며 “신생아 특례 대출은 디딤돌 대출과 동일하게 실거주 의무도 부여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