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방영된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말을 학대해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BS 제작진에게 벌금이 선고됐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BS 프로듀서 A씨(59) 등 제작진 3명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KBS 법인에도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2022년 1월 1일 KBS 1TV에 방영된 드라마 ‘태종 이방원’을 그 전 해 11월 촬영하는 과정에서 낙마 장면을 생동감있게 찍기 위해 말의 앞다리에 밧줄을 묶어 넘어뜨린 혐의를 받는다. 말은 결국 촬영 닷새 후 죽었다.
전 판사는 이들의 행위가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 판사는 “스턴트맨이 낙마하거나 유사한 모형을 제작해 사용하는 방법,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며 “표현의 사실성이 떨어진다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정 등으로 말을 넘어뜨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에 회피 가능성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행위와 물리적 충격, 피해 말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종합하면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피해 말이 받았을 고통, 방송 이후 야기된 사회적 파장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관행적 촬영 방법을 답습해 범행에 이른 점, 해당 사건 이후 KBS 주관 아래 방송 제작 지침을 제정해 시행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벌금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학대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문제의 낙마 장면은 2022년 1월 방영된 ‘태종 이방원’ 7회에 담겼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