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제주 4·3 추념사를 두고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이승만사업회)와 경찰관 유족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이 발언한 “4·3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국가 권력이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을 뒤집어 씌워 탄압” 등이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법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34-2부(재판장 김경란)는 17일 이승만사업회와 경찰관 유족이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위자료 등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추념사에 사업회·유족과 관련된 사실이나 이승만 전 대통령 또는 피해 경찰관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 표현이 없다”는 1심 판결이 문제가 없다고 봤다.
원고인 이승만사업회와 유족이 문제를 제기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이뤄진 4·3 사건 추모사였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제주 4·3 추념식에서 “제주도민들은 오직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되찾은 나라를 온전히 일으키고자 했지만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다”며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다”고 말했다.
이듬해 추념식에선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군부독재정권은 탄압과 연좌제를 동원해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했다”고 연설했다.
이에 사업회와 유족은 2021년 8월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이 남로당 조직원들과 좌익 무장유격대의 무장 폭동을 ‘진정한 독립을 꿈꾸고 평화와 통일을 열망한 것’이라고 미화했다”며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정통성을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이 4·3 사건 진압을 지시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진압에 동원된 군경을 살인범으로 매도하는 등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각 10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요구했다.
1심은 지난해 6월 원고 패소 판결을 하면서 소송 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라고 했다. 당시 재판부는 “추념사에서 원고들과 관련한 사실을 적시하거나 이승만이나 피해 경찰관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정도의 구체적 표현을 한 사실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