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이선균씨가 생전 경찰 측에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과 관련해 ‘비공개로 출석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경찰 내부 판단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방송계에 따르면 MBC ‘PD수첩’은 전날 ‘70일, 고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시간’이란 제목의 방송에서 이씨가 마약 수사를 받게 된 과정과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를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씨에 대한 마약 수사는 경찰이 지난해 10월 19일 “영화배우인 40대 남성 L씨 등 8명에 대해 마약류관리법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라고 밝히며 수면 위로 올랐다. 경찰이 입건 전 수사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비공개 소환을 원했던 이씨가 결국 경찰청사 앞 포토라인에 서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이씨는 세 차례 경찰에 출석하며 모두 언론 카메라 앞에 섰다. 이씨 측은 3차 출석 당시 비공개 소환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절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이씨가 변호인을 통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한 비공개 출석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하를 통해 이동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설명했고, 변호인도 이에 ‘알았다’고 답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배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백민 변호사는 “수사가 잘못되면 당사자에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 공개 소환하면 배우 이선균이 당할 고통은 크고 구체적”이라며 “이선균이란 배우를 혐의도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권을) 마구 휘두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이런 식의 ‘보여주기식 수사’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론을 통해 당사자를 압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마산동부경찰서 류근창 경감은 “검찰 수사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분들이 되게 많았다. 10년간 90명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런 걸 보면서 ‘저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는데 경찰 수사도 과거 검찰 수사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힘들게 하는 그런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수차례에 걸친 마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무리한 수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씨는 간이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모발)·2차(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경찰은 수사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마약수사 경력이 있는 한 경찰관은 “그게 이례적인 거다. 이씨 관련된 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주목을 받고 있는 사안”이라며 “혐의 입증과 상관없이 빨리 결론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리한 진행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