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지인을 동원해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류 위원장과 충돌해 온 김유진·옥시찬 방송통신심의위원이 17일 해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 방심위원에 대한 해촉 건의안을 재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방심위원은 정원 9명 가운데 5명만 남았으며, 야당 추천 인사는 1명으로 줄었다. 공석이 여권 인사로 채워지면 6대 1 구도가 될 전망이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 1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여권 위원 주도로 김·옥 위원에 대한 해촉 건의안을 의결했다. 당시에도 여야가 4대 3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여권의 찬성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했다.
김 위원은 비밀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해촉이 건의됐다. 지난 3일 전체회의가 무산되자 바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방심위 정기회의 의결사항 일부를 공개한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옥 위원의 경우 지난 9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류 위원장에게 욕설과 함께 서류를 집어던졌다가 해촉이 건의됐다.
해촉된 위원들은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덮기 위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위원은 해촉 건의가 이뤄진 12일 성명을 내고 “제가 해촉되는 진짜 이유는 류희림 체제 방심위에서 벌어지는 언론 통제에 맞섰고, 이른바 ‘청부 민원’ 의혹의 진상규명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옥 위원도 같은 날 방심위 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해 “정연주 위원장 해촉 때부터 자기들의 큰 죄는 덮어주고 야권 위원들의 작은 죄는 키워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온 것”이라며 여권 위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방심위 노조도 가세했다. 노조는 사무처 직원 149명의 명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류 위원장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류 위원장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에 대해 민원을 청구한 이들이 본인 가족 등 사적 이해 관계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심의에 참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달 MBC와 뉴스타파는 권익위에 접수된 공익신고를 바탕으로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와 그 인용 보도들에 대해 방심위에 민원을 넣도록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류 위원장은 이런 의혹 제기에 ‘민원인 정보 유출’이라고 역공을 펴면서 “특별감사와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처를 통해 방심위의 업무를 방해한 범죄 행위를 규명해 낼 것”이라고 했다.
방심위의 수사 의뢰를 접수한 경찰은 지난 15일 방심위에 수사관을 보내 8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방심위는 자체적으로도 감찰을 벌이고 있는데,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2~3명 정도로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