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평양을 출발해 함경남도 검덕(금골)으로 향하던 여객열차가 노후화된 철로와 전력 부족으로 고개를 넘지 못하고 전복돼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26일 폭설이 내린 상황에 평양∼금골행 열차가 단천 일대에서 전복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열차가 해발 700m에 위치한 철로에서 경사를 오르던 중 기관차 견인기 전압이 약해 바퀴가 헛돌면서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열차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중간 부분이 탈선됐고 후미 객차들은 산골짜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소식통은 “기관차와 바로 뒤에 연결됐던 두 개의 상급열차는 탈선되지 않고 단천역까지 밀려 내려와 정차했다”면서 “상급열차에 탔던 간부들은 살고 나머지 7개 열차에 탔던 주민들은 대부분 사망했다”고 말했다. 전복된 7개의 객차에 탔던 인원은 4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북한의 여객열차는 보통 60개 좌석이 있는 객차가 9~11개 연결되는데 앞쪽 1~2개칸은 간부들에게 제공되는 상급열차라고 한다. 나머지 객차에는 대부분 생계를 위해 이동하는 일반 승객들이 탄다.
중상자들은 단천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열악한 병원 사정으로 대부분 치료받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당국은 ‘시체처리 전담반’까지 조직했지만 여전히 사고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에 타 신원 확인이 안 되는 시신도 적지 않다고 한다.
소식통은 “당국은 사고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단천 일대를 비상구역으로 선포하고 주민 여론 통제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사고는 이전에도 있었다고 한다. 1998년 11월 함경남도 단천 일대 급경사 철로에서 평양∼금골행 여객열차가 정전 사고로 전복되면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