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 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50대 오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범행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 진행 상황에 비춰 볼 때 오씨에게 방어권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오씨가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주거가 일정하며 수사에 성실히 응해온 점과 관련 증거들이 상당수 확보된 점을 고려했다”며 “오씨의 심문 태도와 변호 내용 등을 감안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20나노 D램 반도체 기술 공정도 700여개 등을 무단 유출해 중국 기업 ‘청두가오전’이 제품 개발에 사용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은 오씨로부터 압수한 20나노의 상위 기술인 18나노 D램 공정 설계 자료 일부와 16나노 D램 개발 계획 서류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사안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오씨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기억에 의존해 작성한 초안이라고 반박했다.
청두가오전은 삼성전자 임원, 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최모(66)씨가 지난 2020년 중국 정부로부터 거액을 투자받고 설립한 업체로, 오씨는 해당 업체의 핵심 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씨는 최씨가 기술 유출을 지시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청두가오전이 기술 유출을 목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의 임직원을 빼돌렸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컨설팅 업체 3곳과 헤드헌팅 업체 2곳을 압수수색했는데 해당 업체들을 통해 국내 반도체 업체 임직원 200여명이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회사의 자료를 빼간 것으로 의심되는 임직원 상당수가 입건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