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재판에 넘길지 결정하기 위해 사건 재검토에 돌입했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기소 권고를 내린 만큼 최종 처분도 기소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기본적으로 수심위 의견을 검찰이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김 청장에 대한 최종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수심위 권고와 현재까지 조사된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 중이다. 수사팀은 전날 수심위에 출석해 김 청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기소가 어렵다는 잠정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김 청장에게 업무상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수사팀 입장이었다.
다만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수심위는 9대 6으로 기소 권고를 냈다. 불기소 의견도 6명이었던 만큼 검찰은 법리 등을 신중히 검토해 최종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14대 1로 압도적 불기소 권고가 나온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의 경우 수사팀과 수심위 입장이 일치하는 만큼 불기소 처분이 유력하다.
김 청장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적으로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재판에 넘겨 법원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월 김 청장을 송치했는데 사건을 처음 넘겨받은 수사팀에서는 구속 기소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수심위 의견을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수심위인 만큼 기소 권고를 뒤집고 불기소 처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은 그간 검찰총장이 직권 소집한 수심위에서 6건 중 5건의 권고 의견을 받아들였다. 받아들이지 않은 유일한 사례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 추가 기소’ 여부를 두고 2021년 8월 열린 수심위였다. 당시 수심위는 수사 중단, 불기소를 권고했는데 검찰은 보강 수사를 진행한 끝에 2022년 9월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서부지검에서 총대를 메고 불기소 처분하는 건 너무 큰 부담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외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해놓고 무시하는 모양새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팀에서 사실상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기 어렵다는 법리적 판단을 굽히지 않을 경우 불기소 의견을 유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이 최종 처분을 정리해 대검에 보고하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수사팀 의견과 대검 참모들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어본 후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대검 수심위 지침에는 검찰이 수심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돼 있고, 이 총장도 이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