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 들고 ‘일자리 구걸’ 했어요”… ‘취업 사연’ 눈길

입력 2024-01-16 14:26
A씨가 쓴 피켓의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집안 사정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던 한 고등학생이 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받은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구직에 실패했던 학생은 급기야 피켓을 들고 길거리에 나섰는데, 한 남성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구했다는 훈훈한 내용이었다.

지난 14일 자정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빼곡히 글씨가 적힌 종이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글의 제목은 ‘내일 이거 들고 거리 활보할 거다’였다. 글을 쓴 A씨는 종이에 ‘저는 미성년자이지만 집이 가난해 고등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저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번번이 실패하여 이렇게 길바닥에서 피켓을 들게 됐습니다’고 적었다. 그는 “(이제) 부모님 통장 잔액도 바닥났다”며 일자리가 간절한 상황을 전했다.

첫 번째 글을 올리고 16시간쯤 후에 다시 A씨의 글이 올라왔다. ‘어제 일자리 구걸 성공했다’는 글이었다. A씨는 “종이를 등 뒤에 붙이고 서울 한복판을 돌아다녔다. 사람들도 자기 살기 바쁘다 보니 나 도와줄 시간이 없나 보더라”며 “8시쯤 포기하고 집에 가려는데 어떤 젊은 정장 입은 남자가 나를 멈춰 세우더니 밥을 사주겠다며 맥도날드에 데려갔다”고 말을 이어갔다.

이어 “햄버거를 먹으면서 내 인생 얘기랑 지금 상황을 말하니 자기 형이 일하는 곳에 들어가 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며 “난 당연히 수락했고 (받은 번호로) 연락해봤는데 바로 답변이 왔다”고 전했다.

A씨가 남성과 나눈 대화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남성으로부터 받은 문자 사진도 공개했다. 문자 내용에 따르면 남성이 제안한 일자리는 충남 아산의 한 대기업 공장일이었다. A씨는 “기피 업종이라는 건 알지만 내가 그런 걸 거를 처지가 아니라서 바로 계약하고 일하기로 했다”며 “이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끝맺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우선 구직자가 용기 있는 사람이다”, “힘든 일일텐데 믿고 써준 사람이나 한다고 한 사람이나 대단하다”, “저 정도 행동력을 가졌다면 저 사람은 뭐가 돼도 될 것 같다” 등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