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무주지 매각 본격화…주민, 70년만에 재산권 행사

입력 2024-01-16 13:41
양구 해안면 펀치볼 전경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무주지(無主地) 소유권이 주민에게 넘어간다. 황무지를 기름진 땅으로 일궜던 주민들이 70여년 만에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해안면은 한국전쟁 당시 8번이나 점령군이 바뀔 만큼 격한 전투를 통해 국군이 수복한 땅이다. 전쟁 당시 원주민 대부분은 북한으로 피난했다. 하지만 전쟁이 멈춘 뒤 휴전선에 가로막혀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서 대규모의 ‘무주(無主) 부동산’이 생겨났다. 해안면 무주지는 3429필지, 960만6809㎡로 국내 최대 규모다.

정부는 1956년과 1972년 2차례에 걸쳐 260세대 1394명의 집단 이주 정책을 폈다. 이주민에게는 이 땅을 일정 기간 경작하면 소유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주민은 돌과 포탄, 지뢰로 가득했던 황무지를 비옥한 농토로 일궈냈으나 70여년이 넘도록 토지 소유권은 부여받지 못했다.

해안면 주민들은 2017년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정부가 했던 약속을 이행해달라는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양구군과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부처와 공공기관이 특별팀을 구성했다. 특별팀은 실무협의와 현장 방문 조사,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이어 2021년 수복지역 내 소유자 미복구 토지의 복구등록과 보존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됐다.

지난해 5월에는 주민단체와 정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토지 개간비 산정 연구용역 결과를 조건 없이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감사원 사전감사 컨설팅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시작하게 됐다.

토지 매각은 지난달 29일 해안면 국유지 1건에 대한 첫 매매계약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매각 대상으로 인정한 411건에 관해 지난해 10월부터 매수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접수한 매수신청 무주지는 전체 건수의 88%인 364건이다. 매매계약은 감정평가를 시행한 뒤 평가금액에서 개간비를 뺀 나머지 금액으로 하게 된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16일 “해안면 무주지 매각은 황무지를 목숨 걸고 일궈낸 주민들의 희생, 재산권, 소유권 모두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70년 넘게 이어진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게 함께 노력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구=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