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을 가로채 명품 구입과 도박에 사용한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됐다. 26명의 세입자들로부터 26억여원을 가로챈 것에 대한 죗값은 징역 4년이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최형철)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35)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2020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26명으로부터 26억55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공범들과 함께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를 벌이며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채기로 모의했다. 2020년 6월 대전 중구 한 다가구주택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을 받아낸 것을 시작으로 서구 다가구주택 2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전세보증금을 챙겼다.
해당 건물들은 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매매 가격보다 높은, 소위 ‘깡통 주택’이었다.
통상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끝까지 돌려주지 않으면 건물을 경매에 부쳐 현금화한 뒤 본인 몫의 보증금을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매매 가격이 낮은 건물의 경우 경매에 넘어가 낙찰돼도 선순위 담보대출 금액이 빠져나가고 나면 세입자 몫으로 남은 금액이 많지 않게 된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선순위 임차보증금이 적고 담보 여력이 많은 안전한 물건이다. 월세만 체결한 건물이라서 보증금은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며 세입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빌라 2채의 경우 담보가치가 있었고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건물을 신축한 뒤 별다른 소득 없이 매달 1000만원가량의 대출 이자를 부담하면서도 많은 금액을 도박으로 소비한 점 등을 봤을 때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봤다.
1심은 “전세사기 범행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범행으로 그 죄질이 매우 좋지 못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금액 중 10억원 이상을 도박이나 명품 의류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점,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도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사 모두 양형 부당으로 항소했으나 2심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