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과 서강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이산화탄소(CO2)에서 에틸렌(C2H4·식물호르몬의 하나로 화학구조가 지극히 간단한 탄화수소로 과일의 성숙, 개화, 잎의 떨어짐 등을 유도하거나 조절)으로 전환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전기화학 촉매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디지스트 에너지공학과 남대현, 이윤구 교수팀과 서강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백서인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과일의 ‘비타민 C’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착안해 비타민 C를 불균일계(고체와 기체, 고체와 액체 등 2종 이상의 상으로 이뤄진 계) 이산화탄소 환원 촉매에 적용시켜 에틸렌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산화탄소의 전기화학적 환원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저감과 미래 청정 원료 생산이라는 친환경 에너지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전기화학 촉매들은 높은 전류밀도에서 촉매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산화탄소의 에틸렌 전환에 있어 필수적 요소인 일산화탄소 중간체가 제한적으로 형성되고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 대신 수소생성반응이 유도되는 문제가 존재했다.
이산화탄소의 원활한 환원을 위해서는 전기화학 촉매를 통해 높은 전류밀도에서 일산화탄소 중간체가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두개의 일산화탄소 중간체가 결합하는 이량체화(동일한 두 분자가 중합되어 만들어진 물질)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디지스트 남대현 교수팀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과일의 비타민 C 함량이 감소하는 현상을 활용해 비타민 C의 산화환원반응(물질간의 전자 이동으로 산화와 환원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에 접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비타민 C와 그래핀(탄소 동소체) 양자점을 합성하고 이를 구리와 결합해 비타민 C 증강 구리 나노선 촉매를 제작했다. 이 방법을 통해 그래핀 양자점이 가진 나노구속효과로 비타민 C가 안정적으로 고정되고 산화환원의 가역성(물질의 변화를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성질)이 가능하게 됐다. 또 비타민 C의 산화환원 반응이 이산화탄소에 전자와 양성자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면서 일산화탄소 중간체 형성과 이량체화를 촉진했고 그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가 기존 구리 나노선 촉매에 비해 2.9배 향상된 에틸렌 생산성을 나타내게 됐다.
나아가 연구팀은 실시간 라만 분광분석, 전산모사 연구를 통해 그래핀에 구속된 비타민 C가 일산화탄소 중간체와 구리 촉매의 결합을 최적화하고 강한 수소결합을 기반으로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에 유리한 전자·양성자 전달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디지스트 남대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으로 에틸렌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전기화학 촉매를 개발하고 반응 메커니즘을 새로 규명했다”며 “향후 해당 기술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NRF) 우수신진연구 사업, 나노·소재 기술개발사업 및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태양광 에너지 지속가능 활용 연구센터)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최상위 국제학술저널(Nature Communications)에 이달 게재됐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