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3)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수십억원대 투자 사기 혐의 등이 드러난 전청조(28)씨가 함께 기소된 경호실장 이모(26)씨와 남씨를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15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범행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냐’는 검사의 질문에 “이씨와 남현희”라고 답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쯤 전씨에게 고용돼 경호원 역할을 하면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21억9000만원 상당의 투자금을 전씨의 지시에 따라 사용하거나 이체했다는 혐의(사문서 위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는다.
전씨가 2023년 4월쯤 서울 송파구 소재 고급 오피스텔인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1억500만원에 3개월 단기 임차했을 때도 이씨 명의로 계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가 남씨에게 건넸다는 ‘가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블랙카드도 이씨 명의로 된 거였다.
전씨는 또 피해자 중 가장 큰 피해를 본 박모씨로부터 투자금 일부를 미국 달러로 편취해 “이씨와 남현희, 저 이렇게 셋이 나눠서 환전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씨 측은 재벌 3세 행세를 한 전씨의 말을 믿고 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의 실체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단지 고용인인 전씨의 지시를 이행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씨는 “(다른 경호원들이) 사기 전과 사실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전씨에게 물어봤고 전씨가 ‘맞는데 양어머니 때문에 생긴 일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전씨와 이씨는 2023년 3월부터 10월까지 각각 국내 유명 기업의 숨겨진 후계자와 경호실장 행세를 하며 온라인 부업 세미나 수강생에게 접근해 투자 명목으로 약 27억2000만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경호실장 이씨는 전씨의 사기 자금 21억원을 송금받아 관리하고 슈퍼카와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자신 명의로 임차해 전씨에게 제공하는 등 범행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그는 피해금 중 약 2억원을 취득한 혐의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씨 관련 사기 피해자는 32명이고 피해액은 36억9000여만원에 달한다.
전씨의 전 연인인 남씨는 전씨와 사기를 공모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남씨는 지난달 전씨에게 선물받은 벤틀리 차량과 1억원 상당의 귀금속, 명품 가방 등을 경찰에 자진 제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