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예람 중사 ‘명예훼손’ 상급자·‘허위보고’ 군검사 1심 실형

입력 2024-01-15 18:38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허위 보고 등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박모 전 군검사가 15일 선고공판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이 중사 명예를 훼손해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직속 상급자와 허위 보고 등 혐의를 받는 군 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대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는 15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중대장 김모(30)씨와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군 검사 박모(30)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추가 증거인멸 염려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2022년 3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입하는 과정에서 한 2차 가해 행위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중사는 선임으로부터 심각한 강제추행 피해를 본 후 다른 선임에게 2차 피해를 보는 등 갑작스럽게 15비행단으로 전속을 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며 “김씨는 15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20비행단 관련 사소한 사항이라도 언급하면 무분별하게 고소하는 사람’인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또 “이 중사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전속 간 15비행단에서조차 냉랭하게 대하는 시선과 반응으로 다시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범행이 초래한 중대한 결과 등에 비춰 일반적인 명예훼손과 무게감이 다르다.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유족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 중사 강제추행 피해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씨의 허위 보고 혐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을 송치받은 후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약 1개월 반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한 사실이 없고 자신의 개인적 편의를 위해 조사 일정을 연기했다”며 “사건처리 지연이 문제가 되자 이를 숨기기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피해자 측 요구로 조사 일정을 변경했다’고 거짓 보고했다. 이는 군 법무실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가중해 군 사법절차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씨가 이 중사 사생활과 관련한 비밀을 누설한 혐의 등은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혐의를 적용하는 데 사용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지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는 김모(46) 전 대대장의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관계인에게 주의나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관련해 의식적으로 직무상 의무를 방임‧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선고를 듣던 중 실신하면서 선고가 일부 중단되기도 했다. 그는 법정 밖에서 안정을 취하면서도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한다”며 오열했다. 선고가 끝나자 이 중사 아버지는 김 전 대대장을 향해 “네가 무죄라고? 나한텐 유죄다”라며 격분했다. 이 중사 유족 측 대리인은 “재판부가 직무유기의 범위를 아주 협소하게 인정한 판례에 근거해 판단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피해 사실을 부대에 알렸으나 수사가 지연되고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같은 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2022년 6월 출범한 특검은 부대 관련자들과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군 검찰 관계자 등을 재판에 넘겼다. 가해자였던 장모 중사는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