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이 10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윈저성 경내에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고학계는 유적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왕실은 최근 윈저성 부지에 6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지역 당국에 제출했다. 장소는 윈저성 뒤편 홈 파크 주변 4곳, 윈저성 옆 2곳이다.
왕실은 “지속가능성과 사유지의 탈탄소화를 위해 마련된 계획”이라며 “충전소는 기존의 건물 구조 변경 없이 설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계획은 평소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찰스 3세가 전기차를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찰스 3세가 이용한다고 알려진 전기차만 3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한 번 충전으로 약 333마일(535㎞)을 운행할 수 있는 ‘아우디 Q8’을 8만 파운드(1억3000만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은 유적지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며 왕실의 계획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고고학 자문기구인 ‘버크셔 고고학’의 에드윈 우드는 윈저·메이든 헤드 왕립 자치구의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예정 부지는 윈저성에 바로 인접했고 그 경내에 있다”며 “이번 개발로 지반이 교란되면 고고학적 유적이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왕실은 이에 대해 기존 건물 구조에는 어떤 작업도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전기차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공식 왕실 거주지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왕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항상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템스강 주변에 있는 윈저성은 11세기 윌리엄 1세가 전쟁 방어 목적으로 세운 성으로 1070년 공사를 시작해 1086년 완공됐다. 윈저성은 영국 왕실의 공식 거주지 중 한 곳으로, 경내 성 조지 교회 지하엔 엘리자베스 2세 등 역대 국왕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